오랫동안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 세계 유명 미슐랭 셰프와 셀럽 셰프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백수십여 개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 UAE에, 정작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식 가이드가 없었습니다. 기네스 기록에 그렇게 진심인 나라가 미식 분야에서는 공식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동안 두바이의 미슐랭 레스토랑이라고 불리던 곳들은 엄밀히 말하면 미슐랭 스타 셰프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식당일 뿐, 실제로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평가를 받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여행 사이트와 각종 리뷰에서 이 표현이 혼용되어 왔지만 공식적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올해 들어 그 공백이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1월에 고에미요가, 4월에 미슐랭 가이드가 차례로 UAE 진출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6월 14일, 고에미요가 부르즈 알아랍에서 첫 UAE 시상식과 함께 등급을 발표하는 런칭 행사를 열었습니다.
고에미요가 어떤 가이드인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고에미요는 미슐랭 가이드와 함께 세계 양대 레스토랑 가이드로 꼽힙니다. 유럽 10개국과 일본 에디션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UAE에 진출했습니다.
미슐랭 가이드가 클래식한 파인 다이닝을 우선시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과 달리, 고에미요는 맛 자체와 참신함을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삼습니다. 고루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미슐랭과는 지향점이 조금 다릅니다.
평점은 20점 만점 체계입니다. 10점 이상의 평가를 받은 식당을 공개하고, 이 중 13점 이상을 받은 식당에는 미슐랭의 스타에 해당하는 토크, 즉 조리모 등급을 부여합니다. 이번 첫 에디션을 준비하면서 130개가 넘는 식당을 리뷰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먼저 올해의 수상자들입니다
시상식에서는 12개 분야의 수상자가 발표됐습니다.
올해의 레스토랑과 올해의 셰프는 모두 아틀란티스 더 팜의 해저 레스토랑 오시아노와 그렉구아르 베르제 셰프가 가져갔습니다. 올해의 지속 가능한 주방은 BOCA, 올해의 국제적인 브랜드는 조엘 로부숑 아뜰리에, 올해의 UAE에서 성장한 식당은 트레신드 스튜디오가 수상했습니다. 올해의 무알콜 오퍼는 11 우드파이어, 올해의 와인 오퍼는 부르즈 알아랍 내 알문타하가 차지했습니다. 퀴처 그레이트 부문에서는 문라이즈의 솔레만 하다드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토크 등급 체계는 이렇습니다
고에미요의 토크 등급은 5단계입니다.
5토크는 뛰어난 셰프의 독특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요리로 19점 이상이 기준입니다. 4토크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그니처가 특징인 감성을 자극하는 요리로 17점에서 18.5점 사이입니다. 3토크는 눈부신 업적을 갖춘 예술적 요리로 15점에서 16.5점 사이입니다. 2토크는 확실한 기술 기반의 새로운 요리로 14점에서 14.5점 사이이고, 1토크는 기본 기술을 갖춘 전통 혹은 현대 요리로 13점에서 13.5점입니다. 10점에서 12.5점 사이 식당은 토크 없이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곳으로 분류됩니다.
이번 첫 에디션에서는 5토크와 4토크를 받은 식당이 없었습니다. 최고 등급인 3토크를 받은 곳이 세 곳이었고, 그중 최고 평점을 받은 오시아노가 올해의 레스토랑 타이틀을 가져갔습니다.
3토크를 받은 세 곳
3토크 최고 등급을 받은 곳들입니다.
오시아노는 팜 주메이라 아틀란티스 더 팜 내 유럽식 레스토랑으로 15.5점을 받았습니다. 알문타하는 부르즈 알아랍 내 프랑스·이탈리아식 레스토랑으로 15점입니다. 아르마니/리스토란테는 부르즈 칼리파 내 아르마니 호텔의 이탈리아식 레스토랑으로 역시 15점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세 곳 모두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2토크를 받은 일곱 곳
2토크 식당은 14점에서 14.5점 사이입니다.
셀리브리티 바이 마우로 콜라그레코는 원 앤 온리 로얄 미라지의 프랑스식 레스토랑으로 14.5점입니다. 트레신드 스튜디오는 나킬 몰 이스트 윙 옥상의 인도식 레스토랑으로 14.5점을 받았고, 올해의 UAE에서 성장한 식당 수상도 함께 했습니다. 폴리는 수크 매디나 주메이라의 영국식 레스토랑으로 14.5점입니다. 르 아뜰리에 드 조엘 로부숑은 DIFC의 프랑스식 레스토랑으로 14점, 피에르 비스트로 TT는 인터컨티넨탈 두바이 페스티벌 시티의 프랑스식 레스토랑으로 14점입니다. 앳 모스피어 레스토랑 앤 라운지는 부르즈 칼리파 122층의 유럽식 레스토랑으로 14점, 호세키는 불가리 리조트 두바이의 일식 오마카세 레스토랑으로 14점을 받았습니다.
이 중에서 직접 가본 곳은 호세키 한 곳입니다. 한 타임에 최대 8명 정도만 받는 고가의 오마카세 전문점으로, 저녁은 두 타임만 운영합니다. 질로 승부하는 곳이라 가성비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경험 자체는 특별합니다.
1토크를 받은 곳들
1토크는 13점에서 13.5점 사이로 무려 24곳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일식, 인도식, 포르투갈식, 페루식, 그리스식 등 다양한 장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직접 가본 곳으로는 브라세리 부르, 미미 카쿠시, 주마가 있습니다. 주마는 두바이에서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일식 맛집이지만, 음식과 디저트가 서양인 입맛에 맞게 구성된 탓에 동양인 입맛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마에 아쉬움이 있었던 분이라면 지난해 개장한 미미 카쿠시를 대안으로 고려해볼 만합니다. 전반적인 메뉴 구성이 동양인 입맛에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는데, 헤드 셰프가 한국계 러시아인이라는 점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토크 없는 곳들도 주목할 만합니다
10점 이상을 받았지만 토크를 부여받지 못한 식당도 상당수 공개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누스렛도 이 목록에 포함되어 10점을 받았는데, 고에미요의 소개글에는 식당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함께 왜 이 평점이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함께 실려 있다고 합니다.
노부, 99 스시 바, 스시삼바 같이 두바이에서 나름 인지도가 있는 곳들도 토크 없는 목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미슐랭 가이드가 발표됩니다
고에미요 발표 일주일 뒤인 6월 21일에는 미슐랭 가이드 두바이 에디션이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고에미요가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포함한 UAE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면, 미슐랭 가이드는 두바이에 한정된 가이드입니다. 두 가이드가 같은 시장에서 어떤 식당들을 서로 다르게 평가했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두바이가 미식 도시로서 공식적인 인정을 받기 시작한 해로 2022년이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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