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 살면서도 부르즈 알아랍 안에 들어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처음 두바이에 출장을 왔던 2003년에 외관을 멀리서 바라본 이후로 늘 바깥에서만 봤습니다. 투숙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가장 저렴한 방도 비수기 거주자 할인이 적용되어야 150만 원대에서 시작하고, 요즘은 200만 원대가 기본입니다.
그러다 주메이라 그룹이 두바이 엑스포 개막에 맞춰 새로운 유료 가이드 투어 인사이드 부르즈 알아랍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90분 동안 내부를 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1박 숙박비의 10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로얄 스위트룸까지 구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었습니다.
투어는 부르즈 알아랍이 아니라 주메이라 비치 호텔에서 시작합니다
예약 시간보다 최소 15분 일찍 도착해야 합니다. 투어가 부르즈 알아랍이 아니라 옆에 있는 주메이라 비치 호텔의 티켓 라운지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부르즈 알아랍으로 연결되는 다리 앞 정문 초소에서는 예약 여부가 확인된 손님만 통과시켜 주는데, 거기까지는 버기를 타고 이동합니다.
티켓 라운지는 주메이라 비치 호텔 정문에서 왼쪽에 보이는 별관에 있습니다. 예약한 티켓을 확인하거나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투어 후 라운지에서 음료 패키지를 이용하려면 여기서 함께 결제하면 됩니다.
버기를 타고 와일드 와디 워터파크 외벽을 따라 이어진 도로를 지나 부르즈 알아랍으로 향합니다. 다리에 진입하기 직전 포토존에서 잠깐 멈추는데, 직접 사진을 찍거나 기사가 부르즈 알아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줍니다. 투어가 끝난 후 유료로 프린트할 수 있습니다.
정문이 아닌 쪽문으로 들어갑니다
부르즈 알아랍 입구에서 좌회전하면 인사이드 부르즈 알아랍 전용 입구가 나옵니다. 일반 투숙객이 이용하는 정문이 아닌 쪽문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물수건을 건네주며 투어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이 진행됩니다. 사진과 영상 촬영은 적극 권장하지만, 호텔 투숙객을 동의 없이 찍어서는 안 된다는 당부가 이어집니다. 플래시 사용과 DSLR 같은 프로 장비는 처음부터 반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쪽문을 통해 로비로 들어서면 호텔 내부의 웅장함이 한 번에 느껴집니다. 돛을 형상화한 외관에서 Y자 내부 공간을 비우고 외곽에 객실을 배치한 구조가 독특합니다. 높이 180미터에 달하는 아트리움은 원래 흰색 계열로 디자인했다가 너무 밋밋하다는 셰이크 무함마드의 일갈에 다양한 색채를 가미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부르즈 알아랍은 170평방미터부터 780평방미터에 이르는 202개의 복층형 스위트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원 베드룸 딜럭스 스위트 142실, 투 베드룸 딜럭스 스위트 28실, 파노라마 스위트 18실, 클럽 스위트 4실, 디플로매틱 스위트 6실, 프레지덴셜 스위트 2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로얄 스위트룸 2502호 — 숫자로 설명이 안 되는 공간
투어객은 투숙객용 엘리베이터가 아닌 25층 로얄 스위트 전용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현재 부르즈 알아랍은 202개 스위트룸 중 199실만 손님을 받고 있는데, 25층 로얄 스위트 2실은 투어용으로, 1실은 내부용으로 전환해 운영 중입니다. 넬슨 만델라 같은 VVIP 손님만 받았다는 그 방을 투어객이 직접 들어가 보는 겁니다. 1박 투숙비는 25,000달러입니다.
25층에 내리면 스와로브스키가 만든 대형 크리스탈 부르즈 알아랍 모형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같은 브랜드가 호텔 내 레스토랑 준수이 천장에 은하수를 형상화한 크리스탈 21,000개를 박았다고 하는데, 설치 비용만 4억 원을 넘겼다고 합니다.
2502호실 문을 열면 가이드 역할을 하는 버틀러가 환대합니다. 문만 봐서는 내부 규모가 상상이 안 됩니다. 들어서면 긴 내부 통로가 이어지는데, 복층 구조라 객실 안에 위아래를 오가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습니다.
하층 왼편에는 아랍적인 스타일의 강렬한 색감으로 꾸며진 엄청난 크기의 응접실이 있습니다. 안쪽에는 TV 시청 전용 방이 따로 있는데, 그 방에 전설로만 듣던 순금 LG TV가 있었습니다. 2006년 고 이병철 삼성 전 회장이 두바이를 방문했을 때 예약한 방 10개의 LG TV를 삼성으로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호텔 측이 거절했고, 결국 이 회장이 직접 묵는 객실 한 칸만 교체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는 유명한 일화의 그 TV입니다. 체크아웃 후에는 원위치로 복귀했다고 합니다.
계단을 타고 윗층으로 올라가면 퀸스 베드룸이라 불리는 침실이 나옵니다. 침대 위 천장에 거울이 있어 누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침대 옆 장은 미니바가 아니라 베개 전용 수납장입니다. 투숙객의 취향에 따라 메뉴에서 선택할 수 있는 17종류의 베개를 보관합니다.
화장실은 24캐럿 순금 타일로 벽을 마감한 샤워실, 드넓은 욕조와 세면대, 전용 화장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리석으로 심리스하게 설계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어메니티는 에르메스입니다.
마스터룸은 퀸스룸과 성격이 다릅니다. 천장 거울 대신 침대 자체가 회전하는 구조입니다. 이 방의 TV는 천장에 매립되어 있습니다. 마스터룸 화장실은 퀸스룸보다 훨씬 화려했습니다.
아랫층 오른편에는 최대 12명이 풀코스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초대형 식당이 있습니다. 팜 주메이라 일대의 풍경이 창 너머로 펼쳐집니다. 옆으로 사무실 겸 서재 공간도 이어집니다.
객실 인테리어에서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이 두드러지는 건 셰이크 무함마드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1990년대 후반 호텔을 짓는 당시 40대 후반이었던 그는 첫 대형 프로젝트였던 만큼 새벽 2~3시에도 불시에 현장을 방문하며 직접 관여했다고 합니다. 주메이라 그룹은 리노베이션 계획을 한차례 발표했다가 상징성을 유지하기 위해 취소했고, 인테리어 변경이 필요할 때는 지금도 원래 디자이너인 쿠완 추의 승인을 받아야 진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시실로 바뀐 2501호 — 부르즈 알아랍의 역사가 담겨있습니다
2502호실 투어가 끝나면 바로 옆 2501호실로 이어집니다. 이 방은 부르즈 알아랍의 설계 과정부터 특별 이벤트까지를 소개하는 전시실로 개조됐습니다.
처음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는 시카고 비치 호텔이라고 불렸다는 것, 초기에는 해변에 짓는 것으로 계획했다가 여러 이유로 인공섬으로 변경됐다는 것, 인공섬을 조성하면서 케이블카로 연결하는 방안을 처음 검토했다가 안전 문제로 다리를 놓는 것으로 변경됐다는 이야기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헬리패드 위에서 진행됐던 이벤트를 소개하는 공간도 있습니다. 레이싱카 드리프트, 타이거 우즈의 골프샷, 로저 페더러와 안드레 아가시의 테니스 시합 등 세계의 주목을 끌기 위한 이벤트들이 기록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데이비드 게타가 공연을 열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아이패드와 증강현실을 이용해 헬리패드에서의 360도 파노라마 뷰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투어를 마치고 야외 라운지에서
전시실을 나오면 아랍 커피와 대추야자를 제공하는 라운지를 거쳐 출구로 나오게 됩니다. 출구 쪽에는 투어를 위해 새로 마련된 야외 라운지 우마가 있습니다. 무알콜 목테일부터 알콜 음료까지 취향대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운전을 해야 하는 날이었던 탓에 목테일 한 잔을 시켜두고 팜 주메이라 너머로 해가 지는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투어를 마치고 드는 생각
90분짜리 투어로 상하층을 오가며 여덟 개의 방과 전시 공간을 누볐는데, 가이드 역할을 하는 직원 수가 놀라울 정도로 많았습니다. 로비 직원, 로얄 스위트룸의 버틀러, 전시 공간마다 배치된 직원들이 투어 내내 함께했습니다.
비수기 기준으로 가장 저렴한 방의 하룻밤 비용이 투어비의 10배를 훌쩍 넘습니다. 1박에 3000만 원이 넘는 로얄 스위트룸을 13만 원대에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꽤 의외의 가성비입니다. 투숙할 엄두가 나지 않는 분들에게 이 투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됩니다.
인사이드 부르즈 알아랍 기본 정보
- 예약: insideburjalarab.com
- 운영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8시 30분 (투어 종료 기준 오후 10시)
- 출발 장소: 주메이라 비치 호텔 티켓 라운지 (예약 시간 15분 전 도착 권장)
- 드레스 코드: 비치웨어 불가
- 촬영 제한: 플래시 및 DSLR·미러리스 등 프로 장비 반입 금지
- 교통편: 주메이라 비치 호텔 발렛 파킹 이용 권장 / 버스 8·81·X28번 이용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