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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에서 라마단 기간에 밥 먹는 법 — 단식 시간에도 식사할 수 있는 곳들이 있습니다

by sharpjini 2026. 3. 13.

이슬람력에서 가장 성스러운 달로 꼽히는 라마단이 시작됐습니다. 한 달 동안 무슬림들은 해가 뜨는 순간부터 해가 지는 순간까지 일체의 음식과 음료를 입에 대지 않습니다.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단식입니다. 그리고 해가 지면 이프타르, 즉 단식을 여는 식사가 시작되면서 그제서야 식당들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기 시작합니다.

처음 UAE에서 라마단을 맞이하는 분들이 가장 당황하는 순간이 바로 점심 무렵입니다. 배는 고픈데 늘 가던 식당 문이 굳게 닫혀 있고, 쇼핑몰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음식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단식 시간에 비무슬림이 공개적으로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UAE는 다릅니다. 비무슬림 거주자와 여행객을 위해 단식 시간에도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들이 존재합니다.

어디를 찾아가면 되는지,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첫 번째, 쇼핑몰 푸드코트

라마단 기간에 쇼핑몰을 찾아가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문을 닫습니다. 하지만 푸드코트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푸드코트 전체 입구나 각 매장 앞에 두꺼운 장막이 쳐집니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도록 완전히 가립니다. 그 장막 안에서 정오 무렵부터 영업이 시작됩니다. 이프타르 시간이 가까워지면 장막을 걷어내고 일반 영업으로 전환합니다.

다만 푸드코트 안에서도 영업하는 곳과 하지 않는 곳이 섞여 있습니다. 단식 시간 중 조리를 할 수 있는 별도의 라이선스를 당국으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그 라이선스를 취득한 매장만 영업이 가능합니다. 일부 매장은 라이선스를 아예 신청하지 않기도 합니다. 그러니 푸드코트 전체가 열려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가면 문 닫은 매장들 때문에 실망할 수 있습니다. 미리 어떤 매장이 영업하는지 확인하고 가는 편이 낫습니다.

장막 안에서 식사하는 경험은 처음에는 다소 어색합니다. 주변이 어두컴컴한 가운데 음식을 먹는 느낌인데, 한두 번 겪다 보면 라마단 기간의 일상적인 풍경으로 익숙해집니다.


두 번째, 멀티플렉스 영화관

의외의 선택지가 바로 영화관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라마단 기간에는 영화관 운영 자체가 크게 위축됐습니다. 이프타르 시간 이후에나 상영을 시작하다 보니 하루 상영 횟수가 적었고, 그 때문에 할리우드 대작들도 개봉 시기를 라마단 이후로 미루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라마단 첫날 영화관을 찾아가보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개봉 일정도 예정대로 유지되고 있었고, 상영 시간표도 평소와 다를 게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단식 시간에 팝콘이나 음료는 어떻게 될까요. 영화관 수익에서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데, 그냥 포기하고 표만 팔 리가 없습니다.

매표소 일부에 푸드코트와 같은 방식으로 장막이 쳐집니다. 그 안에서 평소와 똑같이 팝콘, 음료, 스낵을 판매합니다. 구입한 먹거리는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종이 쇼핑백에 담아줍니다. 상영관에 들어갈 때까지는 쇼핑백 채로 들고 가야 하고, 상영관 안에 들어가면 꺼내서 먹으면 됩니다.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균형을 찾은 해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먹거리를 담은 종이 쇼핑백까지 쓰레기가 되어 상영이 끝난 후 청소 담당 직원들의 부담이 평소보다 커진다는 건 살짝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습니다.

아부다비나 두바이 외에 쇼핑몰 푸드코트가 따로 없는 지역에서도 멀티플렉스가 있다면 간단한 식음료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라마단 기간 중 끼니를 해결할 장소를 찾고 있다면 근처 영화관을 먼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세 번째, 라마단 기간에 영업하는 식당을 직접 찾자

라마단이 다가오면 UAE 현지 언론과 각종 생활 정보 사이트에서 어김없이 특집 기사가 등장합니다. 라마단 기간 중 낮 시간에 영업하는 식당 목록을 정리해서 소개하는 기사들입니다.

두바이와 아부다비 모두 매년 이 리스트가 업데이트되어 공개되니, 라마단 기간에 방문하거나 거주 중인 분이라면 미리 검색해두는 것을 권합니다. 생각보다 꽤 다양한 식당들이 목록에 이름을 올립니다.

흥미로운 변화가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는 두바이나 아부다비 같은 대도시 위주로만 라마단 기간 중 영업하는 식당들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라스 알카이마처럼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에미레이트에서도 단식 시간 중 종일 영업하는 식당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종교적 전통과 현실적인 관광 수익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라마단 기간 UAE에서 주의할 것들

끼니 해결 방법 외에도 라마단 기간에 UAE에 있다면 알아두면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공공장소에서 먹거나 마시는 행위는 삼가야 합니다. 쇼핑몰 푸드코트나 영화관처럼 지정된 공간 안에서 먹는 건 괜찮지만, 길거리나 공원처럼 열린 공간에서 음식을 먹는 건 비무슬림이라도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합니다. 법적으로 제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운전 중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차 안이라도 공공도로 위라면 공공장소로 간주됩니다.

업무 시간과 상점 운영 시간이 전반적으로 달라집니다. 많은 기관과 매장이 오전 근무를 단축하고 이프타르 이후 늦은 밤까지 영업 시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낮에 일을 처리하러 갔다가 문이 일찍 닫혀 있거나 직원이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이프타르 시간 전후는 도로가 극도로 혼잡해집니다. 해가 지기 직전 집이나 식당으로 이동하는 차량들로 도심 곳곳이 막히는 시간대입니다. 가능하면 이 시간대 이동은 피하거나 여유 있게 출발하는 편이 낫습니다.


라마단은 불편함이 아니라 경험입니다

처음 UAE에서 라마단을 맞이했을 때는 솔직히 불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낮에 밥 먹을 곳을 찾아 헤매야 하고, 익숙하던 카페도 문을 닫고, 도시 전체의 리듬이 바뀌는 한 달이니까요.

그런데 몇 번을 겪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라마단은 UAE에서 가장 독특한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해가 지면 가족과 이웃이 한자리에 모여 이프타르를 나누는 풍경, 도시 곳곳에 내걸리는 라마단 장식들, 그리고 이프타르 이후 새벽까지 이어지는 활기찬 거리의 모습은 다른 계절에는 볼 수 없는 UAE의 얼굴입니다.

먹을 곳을 미리 파악해두고, 공공장소에서의 기본 예의만 지킨다면 라마단 기간의 UAE는 충분히 불편함보다 흥미로움이 더 큰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