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중동 땅에 처음 생긴 애플 직영점, 두바이 애플 스토어를 직접 걸어봤습니다

by sharpjini 2026. 3. 9.

저는 꽤 오래 두바이에 살고 있습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애플 제품을 사고 싶을 때마다 대형마트 전자제품 코너를 전전하거나, 공식 유통망도 아닌 곳에서 웃돈을 얹어 사는 게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두바이에 애플 직영점이 생긴다"는 소식이 처음 들려왔을 때, 별것 아닌 것처럼 흘려듣기가 어려웠습니다. 단순히 매장 하나가 생긴다는 게 아니라, 중동·북아프리카 전체를 통틀어 처음 생기는 애플 공식 스토어라는 의미였으니까요.


개장까지의 긴 기다림

처음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개장 시점은 2015년 초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에미레이츠몰 확장 공사가 계속 발목을 잡으면서 일정이 뒤로 밀리고 또 밀렸습니다. 당초 2014년 9월 말로 점쳐지던 오픈이 무산되자 "애플이 공사를 직접 독려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기다리는 쪽이나 준비하는 쪽이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결국 날짜가 확정된 건 개장 2주 전, 히즈라력 신년 연휴였던 10월 15일이었습니다. 에미레이츠몰 매장 앞에 티저 바리케이트가 세워지면서 공식 발표가 나왔고, 개장일은 10월 29일로 정해졌습니다. 흥미로운 건 같은 날 아부다비 야스몰에도 애플 스토어가 동시에 문을 연다는 것이었는데, 덕분에 UAE는 미국 이외 국가 중 최초로 하루에 두 개의 애플 직영점을 함께 오픈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세계 최대 스토어가 들어선다는 소문의 진실

개장 전 가장 많이 회자된 이야기 중 하나는 규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에미레이츠몰 안에는 원래 14개 상영관을 갖춘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공간이 애플 스토어로 탈바꿈한다는 소문이었습니다. 면적으로 치면 5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규모였으니, 그게 사실이라면 세계 최대 애플 스토어가 탄생하는 셈이었습니다.

직접 가서 확인한 결과는 달랐습니다. 개장한 매장은 2층 확장 구역 일부였고, 기존 영화관이 있던 1층 자리는 2층으로 이전했음을 알리는 바리케이트만 쳐져 있었습니다. 바리케이트 틈새로 내부를 보니 에스컬레이터 등 시설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철거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인 상태였습니다. 세계 최대는 아직 아닌 것으로 결론났지만, 언젠가 그 공간까지 확장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애플 스토어 타이틀은 런던 코벤트가든의 3층 매장이 갖고 있습니다.


특혜 논란도 있었습니다

조용히 묻혔지만, 개장 전에는 꽤 민감한 이슈도 있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이 두바이 정부가 애플 유치 과정에서 100% 단독 지분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UAE는 자유무역지구가 아닌 일반 상업지역에서 외국 기업이 단독으로 100%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UAE 시민이나 법인을 대주주로 세워야 하는 구조인데, 애플에는 예외를 적용한다는 내용이었죠. UAE 경제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를 부인했고, 애플 역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진위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논란이 한동안 현지에서 꽤 화제가 됐던 건 사실입니다.


개장 당일, 줄을 서서 기다리다

근무가 있었던 터라 오픈 시간에 맞춰 가지는 못했고, 퇴근 후 저녁에 에미레이츠몰을 찾았습니다. 첫날인 만큼 매장 앞에는 여전히 긴 줄이 이어지고 있었고, 보안요원들이 입장 인원을 조절하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안에서 직원들이 떠들썩하게 환영 세레머니를 벌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직접 영상으로 담을 생각에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는데, 막상 차례가 됐을 때는 이미 몇 시간째 세레머니를 반복한 탓인지 대부분의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뒤였습니다. 호들갑 없이 조용히 입장하게 되었지만, 대신 입구에서 자주빛 봉투를 하나 건네받았습니다. 열어보니 아랍어 서체로 "마르하반(مرحبًا)"이라는 인삿말이 새겨진 카드가 들어 있었습니다. 환영한다는 뜻의 아랍어인데, 개장 전 티저 바리케이트에서 먼저 공개됐던 바로 그 디자인이었습니다.

개장 첫날 가장 먼저 입장한 손님은 따로 있었습니다. 전 세계 40곳의 애플 스토어 개장일마다 현장을 찾아다닌다는 애플 팬이었는데, 목요일 오후 4시 개장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화요일부터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 열정 앞에서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매장 안으로, 나무가 서 있는 애플 스토어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잡아당긴 건 매장 한가운데 심어진 살아있는 나무였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도시인 두바이의 쇼핑몰 안에 진짜 나무가 서 있다는 게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건 두바이 스토어만의 설계 철학이었습니다. 매장 관계자가 오픈 전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바로는, 나무를 통해 자연스럽게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천장 마감재로는 대나무가 사용되어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가 애플 특유의 미니멀한 공간에 따뜻함을 한 겹 더한 느낌이었습니다.

나무 화분 둘레는 앉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쇼핑하다 지친 사람들이 나무 그늘 아래 잠깐 숨을 고르기에 좋았습니다. 나무는 매장 중앙뿐 아니라 양 측면 한 귀퉁이에도 소박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매장 규모 자체는 크지 않습니다. 입구에서 들어섰을 때 눈에 들어오는 공간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맥북,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아이팟, 애플 TV, 액세서리까지 빽빽하게 꾸려져 있었습니다.

손님 테이블마다 전원 콘센트와 유선 랜 포트가 설치되어 있어 제품을 실제로 써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고, 아이패드 케이스와 애플워치 밴드는 색상끼리 맞춰 전시되어 있어 보는 맛이 있었습니다. 매장 가장 안쪽에는 대형 전광판이 다양한 영상을 틀고 있었고, 그 앞에는 소파처럼 앉을 수 있는 여유 공간도 있었습니다.

액세서리 진열 방식 중 유독 눈길이 갔던 건 여닫이 서랍형 케이스 진열장이었습니다. 전시된 제품을 손잡이 삼아 당기면 안에 실제 구매용 제품이 들어있는 구조인데,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꽤 직관적이고 세련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산대 없이 어디서든 결제가 되는 구조

매장을 둘러보면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데 그게 뭔지 한참 생각했습니다. 바로 계산대가 없었습니다. 따로 줄을 서거나 카운터를 찾을 필요 없이, 회색 셔츠를 입은 직원이 휴대용 단말기로 매장 어느 자리에서든 결제를 처리해줍니다. 개장 당일처럼 사람이 몰리는 상황에서도 흐름이 막히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두바이·아부다비 두 매장을 합쳐 총 15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30개국 출신이라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폰 가격, 한국보다 쌌습니다

아이폰 코너는 예상대로 가장 붐볐습니다. 당시 막 출시된 아이폰 6S 가격표를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환율을 감안해도 한국 공식 가격보다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었거든요. 6S 플러스 16GB 모델이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93만 원 선, 최고 사양인 128GB 모델도 118만 원 수준이었는데, 당시 한국 애플 홈페이지 기준 동일 모델이 134만 원이었으니 꽤 큰 차이였습니다.

단, UAE 통신법상 인터넷 전화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어 페이스타임은 국내에서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그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애플워치는 공식 스토어 개장 약 1주일 전부터 공식 판매에 들어갔는데, 그 전까지 몇 달 동안 병행수입품만 돌아다녔던 터라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이 남달랐습니다. 공식 유통사들이 스토어 개장 시점에 맞춰 출시를 늦추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었을 만큼, 그만큼 수요가 쌓여 있었던 제품이었습니다. 벽면 선반에는 애플워치 스포츠 라인업이, 별도 테이블에는 나머지 모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지니어스 바와 워크샵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개장 기념으로 다양한 워크샵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다고 했는데, 사람이 많아 자세히 살펴볼 여유는 없었습니다.


나오면서

다 돌아보고 나왔을 때도 입장 대기 줄은 여전했습니다. 금요일과 토요일이 주말인 이곳에서 목요일 저녁은 한국의 불금과 다를 게 없으니,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았습니다. 지름신이 내려오지 않았다기보다는, 쇼핑이 목적이 아니었으니까요. 손에 든 건 입장 기념 자주빛 봉투 하나뿐이었지만, 런던에서 두 번, 그리고 이번에 세 번째로 찾은 애플 스토어 방문 중 가장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중동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공간에, 개장 첫날 직접 발을 디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언젠가 1층 구 영화관 자리까지 확장 이전이 이루어진다면, 그때 다시 한번 걸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