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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사진 한 장에 낚여 루와이스까지 달렸습니다 — 편도 450km, 사막 끝 리조트 가는 길

by sharpjini 2026. 3. 13.

휴가를 냈는데 막상 어디를 갈지 모르겠는 날이 있습니다. 해외로 나가자니 귀찮고, 그렇다고 집에만 있자니 아깝고. 그러던 중 인스타그램을 넘기다가 사진 한 장에 눈이 멈췄습니다. 푸른 바다와 하얀 해변이 담긴 사진이었는데, 캡션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도시와 소음,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

그 한 줄에 완전히 낚였습니다. 알다프라 하면 사막밖에 떠오르지 않는 곳에 저런 해변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더 찾아봤고, 결국 별다른 고민 없이 예약 버튼을 눌렀습니다. 목적지는 루와이스 지역의 다나트 제벨 단나 리조트. 집에서 편도 약 450킬로미터,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입니다.


루와이스가 어떤 곳인지부터 알고 가야 합니다

UAE에서 루와이스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부다비에서도 서쪽으로 240킬로미터를 더 들어가야 나오는 곳입니다. 원래는 소수의 주민들이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 초반, ADNOC 즉 아부다비 국영 석유공사가 엄청난 금액을 투자해 정유 시설을 중심으로 한 산업단지와 주거단지를 조성하면서 지금은 중동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대표적인 현대화 산업단지로 탈바꿈한 곳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루와이스가 다소 친숙한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바라카 원전 때문입니다. 루와이스에서 서쪽으로 5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UAE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이 있고, 그곳에 우리나라 기술진이 대거 진출해 있습니다.

그런 산업 도시 근처에 리조트가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반신반의였지만, 일단 출발했습니다.


E11 고속도로, 사막을 가로지르는 긴 직선

아부다비에서 루와이스로 가는 길은 단순합니다. E11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끝까지 달리면 됩니다. 분기점도 복잡한 교차로도 없이, 거의 직선에 가까운 도로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작년 여름 리와 오아시스를 다녀올 때보다 도로 상태가 많이 나아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곳곳이 공사 중이고, 주변 풍경은 모래와 더 많은 모래뿐입니다. 150킬로미터로 달려도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 도로입니다. 신호등도 없고, 급커브도 없고, 그냥 앞만 보고 달리는 길입니다.

원래 이 도로의 최고 제한속도는 140킬로미터였습니다. UAE는 제한속도에 20킬로미터의 버퍼를 적용해 과속 단속을 합니다. 즉 실질적으로 160킬로미터까지는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 구조였는데, 끔찍한 사고가 반복되면서 제한속도를 120킬로미터로 낮췄습니다. 그런데 공사 구간이 많다 보니 과속 카메라도 많지 않고, 작동 여부도 불분명한 카메라들이 보이는 탓인지 차량들은 여전히 거침없이 달립니다. 방어 운전이 절실한 구간입니다.


주유는 보이면 무조건 하세요

이 도로에서 가장 중요한 실용적 조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주유소가 보이면 무조건 넣고 가야 합니다.

주유소 간 간격이 상당히 깁니다. 어떤 구간은 양방향으로 주유소가 있지만, 한 방향으로만 주유소가 있는 구간도 있습니다. 한여름 40도에 가까운 사막 도로에서 연료가 떨어지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이 조언이 왜 중요한지 바로 이해가 됩니다. 실제로 도로 안내판 중에는 "다음 주유소까지 115km"라고 적힌 것도 있었습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숫자가 아닙니다.

아부다비에서 120킬로미터쯤 달리면 처음으로 ADNOC 주유소가 나타납니다. 거기서 조금 더 가면 리와 오아시스로 향하는 분기점이 나옵니다. 리조트는 그곳을 지나 계속 서쪽으로 더 달려야 합니다.


주유소에서 본 풍경들

중간에 주유소에 들러 잠깐 쉬었습니다. 40도에 가까운 한낮 더위에 딱히 볼 것도 없는 도로를 달리는 건 생각보다 빨리 지칩니다. 에어컨이 켜져 있어도 강렬한 햇빛 자체가 피로감을 만들어냅니다.

주유소가 꽤 넓은데도 모스크가 따로 없었습니다. 대신 무슬림 운전자들이 주유소 한켠 바닥에 자리를 깔고 예배를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구밀도가 낮은 외진 지역이다 보니 별도 모스크를 세울 여건이 안 됐겠지 싶었습니다.

진열대에서 빼빼로를 발견했을 때는 왠지 반가웠습니다. 중동 사막 한가운데 주유소 진열대에서 만난 익숙한 과자가 주는 묘한 친근감이 있었습니다.

주유소를 나서면서 도로 양옆을 보다가 처음 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래만 있어야 할 곳곳에 흰색 결정체 같은 게 퍼져 있었습니다. 소금밭처럼 보였는데, 누군가 염전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연적으로 소금 성분이 지면에 드러난 것 같았습니다. 작년 여름 리와를 다녀올 때는 못 봤던 광경이었는데, 해안과 가까워질수록 지형이 달라지는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쪽으로 갈수록 길은 조용해집니다

리와 분기점을 지나 계속 서쪽으로 달리면 통행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화물차량을 제외하면 일반 승용차는 거의 보이지 않는 구간도 생깁니다. 도로를 전세 낸 것처럼 앞뒤로 차가 한 대도 없는 순간이 꽤 길게 이어집니다.

루와이스 바이패스로 빠지는 국도에서는 황당한 상황도 있었습니다. 대형 바리케이트가 길을 막고 있었는데, 한쪽으로만 통로가 뚫려 있었습니다. 근처에 있던 보안요원에게 물어봤더니 역주행으로 가로질러 가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워낙 통행량이 없는 곳이라 그냥 시키는 대로 진행했습니다.

100킬로미터 전부터 특정 호텔을 안내하는 도로 표지판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다음 편의시설까지의 거리가 워낙 길다 보니 미리미리 안내를 해주는 것인데, 그게 오히려 이 지역이 얼마나 인적이 드문 곳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드디어 목적지 안내판이 보입니다

이런 곳에 정말 리조트가 있는 건지 의심이 들기 시작할 무렵, 제벨 단나 지역에 다 왔음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도로 가에 서 있었습니다. 반갑긴 했는데, 안내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빠지고 보니 도로 노면이 엉망이었습니다. 지나는 차량도 없고, 주변 풍경도 황량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길가 안쪽으로 두 개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목적지임을 확인해주는 안내판이 있었습니다.

집을 떠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드디어 다나트 제벨 단나 리조트에 도착했습니다. 편도 450킬로미터,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달려온 끝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 사진 한 장에 이 먼 길을 달려왔는데,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리조트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루와이스 가는 길 실용 정보

  • 출발지 기준: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약 240km, 라스 알카이마에서는 약 450km
  • 이용 도로: E11 고속도로 → 루와이스 바이패스
  • 주의사항: 주유소 간격이 길어 주유소가 보이면 바로 주유 권장
  • 제한속도: 120km/h (단속 카메라 간격 넓음, 방어 운전 필수)
  • 중간 경유지: 리와 분기점 ADNOC 주유소에서 휴식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