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에는 꽤 오래된 쇼핑몰이 하나 있습니다. 2001년 3월에 문을 연 마리나몰입니다. 개장 당시만 해도 아부다비에서 손꼽히는 대형 쇼핑몰이었지만, 이후 알와흐다몰, 야스몰, 더 갤러리아 같은 새로운 쇼핑몰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규모 면에서도 밀리고, 무엇보다 "오래된 쇼핑몰"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리나몰 측도 이걸 모를 리 없었겠죠. 2015년 하반기부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변화들을 하나씩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1월 초에는 대관람차 마리나 아이가 정식 운행을 시작했고, 한 달 뒤인 12월 초에는 마리나 타워 앞 공간에 새로운 전시물이 공개됐습니다.
그 전시물을 보러 직접 다녀왔습니다.
먼저 힌트를 드리자면 — 쇼핑몰 안의 동물들
마리나몰이 뭘 들여놨는지 이야기하기 전에, 비슷한 사례를 먼저 떠올려보면 감이 잡힐 겁니다.
두바이몰에는 공룡 화석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 중 미국 밖으로 반출된 최초의 것으로, 현재 두바이 디노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쇼핑몰 한가운데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무려 1억 5천 5백만 년 전 공룡의 흔적입니다.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 국제공항에는 또 다른 종류의 존재가 있습니다. 스위스 예술가 어스 피셔가 제작한 높이 약 7미터, 무게 약 16톤짜리 초거대 테디베어 조형물이 공항 한복판에 뜬금없이 서 있습니다. 공항과 테디베어 사이에 어떤 맥락이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워낙 존재감이 강렬해서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습니다.
자, 이쯤 되면 마리나몰이 뭘 들여놨는지 어느 정도 감이 오실 겁니다. 쇼핑몰 안에, 동물과 관련된 전시물입니다.
정답은 맘모스 화석이었습니다
공개된 전시물은 맘모스 화석이었습니다. 공룡도 아니고, 조형물도 아닌, 진짜 맘모스 화석입니다.
처음 마주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조금 황당했습니다. 쇼핑몰 한가운데서 맘모스를 마주칠 거라는 기대를 한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요. 두바이몰의 공룡도 충분히 뜬금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부다비는 맘모스로 받아쳤습니다. 중동 쇼핑몰들의 전시 취향이 독특하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식 명칭은 마리나몰 울리 맘모스입니다. 현재까지 별도의 애칭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두바이몰이 현상공모를 통해 두바이 디노라는 이름을 붙인 것처럼, 마리나몰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름을 공모할지는 두고봐야 알 것 같습니다. 다만 맘모스를 상징하는 로고 디자인은 이미 확정된 듯 보였습니다.
진짜 화석입니다 — 모조품이 아닙니다
전시물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저게 진짜일까, 아니면 그럴싸하게 만든 복제품일까.
정답은 진짜입니다. 전문가들의 검증을 거친 실제 화석입니다. 화석 아래 안내판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이 맘모스는 1990년대 후반 시베리아 서부 이르티쉬강에서 발굴된 것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1만 5천 년 전에 살았던 수컷 울리 맘모스의 화석입니다. 높이 4미터, 무게 1톤에 달하며, 현재 전 세계에 전시 중인 10여 구의 맘모스 화석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숫자로만 들으면 실감이 잘 안 될 수 있는데, 실제로 앞에 서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생각보다 작아 보이기도 하는데,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그 크기가 제법 압도적입니다. 특히 엄니가 길게 뻗어있는 모양이 꽤 인상적입니다.
전시 방식은 두바이몰과 다릅니다
두바이몰의 두바이 디노와 비교했을 때 전시 방식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두바이몰은 공룡 화석 옆에 기념품 가게가 붙어있어 관련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반면 마리나몰 울리 맘모스는 별도의 기념품 가게 없이, 화석 좌우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맘모스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가 반복 상영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상업적인 연계보다는 정보 전달에 더 집중한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방식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화석 앞에 서서 영상을 보다 보면 맘모스가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 어떻게 발견됐는지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자연스럽게 쌓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꽤 괜찮은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층에서 내려다본 맘모스
한 바퀴 돌아보고 나서 1층으로 올라가 위에서 내려다봤습니다. 아래에서 올려다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맘모스 화석 뒤편으로 마리나 타워가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같이 눈에 들어왔는데,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바로 저 타워 안에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맘모스의 전체적인 골격 구조가 훨씬 잘 보였습니다. 아래에서만 봤을 때는 감탄하기에 바빴는데, 한 발 물러나 위에서 바라보니 오히려 이 화석이 얼마나 정교하게 보존된 상태인지가 더 와닿았습니다.
마치며 — 쇼핑 하러 갔다가 1만 5천 년 전을 만났습니다
마리나몰이 이번 리뉴얼을 통해 대관람차와 맘모스 화석을 연달아 공개한 것은, 단순히 볼거리를 추가했다는 의미보다 오래된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꽤 적극적인 시도로 보입니다. 새 쇼핑몰들과 규모 경쟁을 벌이는 대신, 다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들여놓는 방향을 선택한 셈입니다.
쇼핑몰에서 맘모스 화석을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 막상 보고 나니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아부다비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마리나몰에 들러 1만 5천 년 전 시베리아의 흔적을 한번 마주해 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묵직한 경험입니다.
마리나몰 울리 맘모스 기본 정보
- 위치: 아부다비 마리나몰 마리나 타워 앞 1층
- 높이: 4m / 무게: 1톤
- 발굴지: 시베리아 서부 이르티쉬강 (1990년대 후반)
- 추정 연대: 약 1만 5천 년 전 수컷 울리 맘모스
- 특이사항: 전 세계 전시 중인 맘모스 화석 중 최대 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