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마리나몰을 들렀을 때였습니다. 쇼핑몰 한편에 "커밍 쑤운(Coming Soon)"이라고 적힌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관람차가 들어선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냥 흘려보내기엔 묘하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나 아이(Marina Eye)라는 이름의 대관람차가 정식으로 운행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름에서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런던의 랜드마크인 런던 아이(높이 135m)에서 착안한 대관람차입니다. 규모는 그보다 훨씬 작지만, 컨셉 자체는 그대로 가져온 셈입니다. 마침 마리나몰 근처에 볼일이 있었고, 눈앞에 있는데 그냥 지나치기가 아깝더군요. 호기심을 못 이기고 표를 끊었습니다.
두바이 아이라는 더 큰 계획이 있습니다
마리나 아이 얘기를 하기 전에, 잠깐 두바이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두바이는 이미 런던 아이를 훌쩍 뛰어넘는 세계 최대 대관람차를 짓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공사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주메이라 비치 레지던스 해변에서 바다 쪽으로 500미터를 들어가 조성 중인 인공섬 블루워터 아일랜드에 총 2억 7천만 달러를 투입해 높이 210미터짜리 대관람차 두바이 아이(Dubai Eye)를 세우고 있습니다. 48개 캡슐에 최대 1,400명이 동시에 탑승할 수 있고, 두바이 마리나와 팜 주메이라, 부르즈 알아랍 일대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설계와 시공은 현대건설과 런던 아이 건설에 참여했던 네덜란드의 스타네스가 공동으로 맡고 있습니다. 완공되면 현재 공사 중인 뉴욕 휠(190m)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관람차 타이틀을 가져가게 됩니다.
다만 두바이 아이는 빨라야 2017년, 어쩌면 그 이후에나 문을 열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일단 지금 눈앞에 있는 마리나 아이부터 타보기로 했습니다.
탑승 전 — 요금표 앞에서 잠깐 망설였습니다
마리나 아이는 VIP 캡슐 1개를 포함해 총 43개의 캡슐로 구성된 대관람차입니다. 최고 높이는 60미터이고, 운행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새벽 1시까지 연장 운행합니다.
탑승용 캡슐과 비슷하게 생긴 매표소에서 표를 끊었습니다. 일반 캡슐 요금은 50디르함, VIP 캡슐은 500디르함입니다. VIP 캡슐에는 AV 시설과 냉장고가 갖춰져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가격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인 부르즈 칼리파의 엣 더 탑 스카이(At The Top Sky) 이용료가 500디르함인데, 고작 60미터짜리 대관람차 VIP 캡슐이 같은 가격이라니요. 비교가 너무 선명하게 됩니다. 저는 고민 없이 일반 캡슐 50디르함으로 골랐습니다.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가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금요일 오후였는데, 마리나몰 지상 주차장은 이른 오후부터 나온 차들로 이미 꽤 붐비고 있었습니다.
탑승 — 10분이 이런 의미였을 줄이야
드디어 차례가 와 캡슐에 올라탔습니다. 캡슐 안은 냉방이 가동되고 있었는데, 오후의 열기가 워낙 강한 탓에 차가운 유리 표면을 따라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랍 지역 한여름 특유의 풍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탭이 탑승 시간이 10분이라고 안내해줬습니다. 그런데 막상 타보니 관람차가 생각보다 꽤 빠른 속도로 돌았습니다. 2~3분이 채 안 되어 한 바퀴를 다 돌아 탑승구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어, 벌써 끝났나 싶었는데, 관람차는 탑승구를 그냥 지나쳐서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10분은 딱 세 바퀴를 도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바퀴만 타고 내리는 게 아니라는 걸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오히려 세 바퀴니까 더 여유롭게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두 번째 바퀴부터는 조금 더 느긋하게 주변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마리나몰의 천막 형태 지붕들 사이로 우뚝 솟은 마리나 타워가 눈에 들어왔고, 아부다비 마리나에 줄지어 정박한 요트들도 내려다보였습니다. 멀찍이 떨어진 주차장 쪽은 아직 한적했고, 마리나 주변 건물들이 한눈에 펼쳐지는 풍경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낮에 타고 나니, 밤이 궁금해졌습니다
한 바퀴 돌고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부르즈 칼리파 전망대를 낮에 한 번, 야경 보러 또 한 번 찾아갔던 것처럼, 이번에도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랍 지역은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경우가 많습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보다 도시에 불이 켜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뒤의 풍경이 훨씬 다른 얼굴을 보여주거든요.
그래서 저녁에 다시 마리나몰을 찾았습니다. 낮과 같은 매표소에서 같은 요금을 내고, 또 세 바퀴를 탔습니다.
밤의 마리나몰은 낮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건물마다 조명이 켜지고, 마리나 수면 위로 불빛이 반사되면서 낮에는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이 드러났습니다. 아부다비 야경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험은, 생각보다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낮에 봤던 풍경이 같은 자리인데도 전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운영 미숙함은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두 번 타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정식 운행을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탓인지, 직원들 간에 아직 손발이 완전히 맞지 않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낮에는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매끄럽게 돌아갔는데, 밤에는 사람이 몰리면서 관람차가 중간에 이유 없이 공중에 멈춰 덜컹거리는 상황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아찔하기보다는 당황스러운 수준이었지만,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운영이 좀 더 안정되면 자연스럽게 개선될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초기에 방문한다면 감안해야 할 부분입니다.
총평 — 한 번쯤은 탈 만합니다, 단 기대치는 조절하세요
마리나몰이 시내 중심부보다는 다소 외곽에 위치해 있는 탓에, 대관람차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경치의 범위가 제한적입니다. 두바이 아이처럼 시내 핵심 랜드마크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입지는 아닙니다. 만약 마리나 아이가 아부다비 시내 더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면 경치가 훨씬 풍성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한 번쯤 타볼 만한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해가 진 뒤 야경을 감상하며 타는 쪽이 훨씬 만족도가 높습니다. 낮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굳이 낮에 탈 필요는 없고 오후 늦게 가서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 한 번 타보는 것을 권합니다.
두바이 아이가 완공되면 그 스케일 차이가 꽤 클 것 같지만, 그건 그때 가서 이야기입니다. 지금 아부다비에 있다면 마리나 아이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마리나 아이 기본 정보
- 위치: 아부다비 마리나몰 내
- 최고 높이: 60m
- 캡슐 수: 43개 (VIP 1개 포함)
- 운행 시간: 오전 11시 ~ 오후 11시 (목·금 새벽 1시까지)
- 요금: 일반 캡슐 50디르함 / VIP 캡슐 500디르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