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에 살면서도 한동안 리와라는 이름을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아부다비 남쪽 어딘가에 사막이 있고, 오아시스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이 지역이 단순한 사막 관광지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오늘날 UAE를 이끄는 두 통치가문의 뿌리가 바로 이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언젠가 직접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길을 달렸습니다.
리와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짚고 넘어갑니다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가장 넓고 가장 부유한 곳이 아부다비입니다. UAE 전체 영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아부다비는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뉩니다. 수도이기도 한 아부다비 도시, 녹색 자연의 도시로 불리는 알아인, 그리고 사막과 에너지의 땅 알가르비아입니다. 알가르비아는 아랍어로 그냥 '서쪽 지역'이라는 뜻인데, 이름처럼 아부다비와 알아인의 서쪽을 모두 아우르는 광활한 땅입니다.
알가르비아는 아부다비 전체 면적의 83퍼센트를 차지하면서 GDP의 40퍼센트를 담당하는 중요한 지역이지만, 세계 최대 단일 사막인 룹알할리와 아부다비 도시 사이에 끼어있는 지리적 특성과 거친 환경 탓에 인구밀도가 낮고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루와이스 지역이 비교적 친숙한 이유는 따로 있는데,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3시간 거리인 그곳에 UAE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이 있어 우리나라 기술진이 많이 진출해 있기 때문입니다.
리와는 그 알가르비아 안에서도 가장 내륙 깊숙이 자리한 곳입니다. 아부다비 도심에서 23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룹알할리 사막의 북쪽 끝과 맞닿아 있습니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곧바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경입니다. 사우디의 대표적인 유전 지대인 셰이바 유전도 그 너머에 있습니다.
리와 오아시스는 아부다비에서 진입하는 유일한 고속도로인 E45를 중심으로 동서 110킬로미터에 걸쳐 50여 개의 마을이 흩어져 있는 넓은 지역입니다. 그 중심지가 바로 고속도로 끝에 자리한 메자이라아 마을입니다.
UAE 두 통치가문의 뿌리가 여기 있습니다
리와를 찾아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오늘날 아부다비를 통치하는 알나흐얀 씨족과 두바이를 통치하는 알막툼 씨족, 두 가문 모두 이 리와 오아시스에서 시작됐습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두 씨족은 원래 바니야스라는 씨족 공동체 연합을 함께 이루던 사이였습니다. 바니야스는 오늘날 카타르 남서부에서 두바이 일대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12개 씨족의 연합체였는데, 그 중심 거점이 바로 알다프라라고도 불렸던 리와 오아시스였습니다. 알나흐얀 씨족의 조상인 셰이크 샤크부트 빈 디얍 알나흐얀이 1793년 리와를 떠나 아부다비로 거점을 옮기면서 오늘날 아부다비의 토대가 만들어졌고, 알막툼 씨족의 조상인 셰이크 막툼 1세가 1833년 두바이로 이주하면서 두바이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UAE 건국 당시 카타르와 바레인이 가입 여부를 놓고 협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바니야스 공동체에서 비롯된 역사적 연결고리 덕분이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가 이처럼 큰 공동체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리와 오아시스는 아라비아 반도에서 가장 큰 오아시스였기 때문입니다. 오아시스를 기반으로 대추야자 농업이 활발히 이루어졌고, 한여름 기온이 50도에 육박하는 내륙의 극한 더위를 피해 아라비안 걸프 연안으로 나가 진주조개 잡이로 생계를 보완했습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삶을 이어갈 수 있었던 지혜의 땅이었던 셈입니다.
리와는 영화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름입니다. 2015년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7 포스 어웨이크닝에서 주인공 레이가 살던 자쿠 행성의 황량한 사막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됐습니다. 또한 세계 최초로 엠티쿼터 1,000킬로미터를 도보로 횡단한 남영호 탐험가 원정대의 여정을 담은 KBS 파노라마 다큐멘터리의 최종 목적지이기도 합니다. 룹알할리 사막으로 인해 사우디에서 오만까지 육로로 이동하려면 UAE를 돌아서 편도 2천 킬로미터를 달려야 할 만큼 단절된 땅이었으니, 그 횡단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아부다비에서 리와까지, 실제 도로 이야기
출발은 아부다비 도심에서 E11 고속도로를 타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사우디와 카타르 방향으로 이어지는 구와이파트 인터내셔널 하이웨이와 연결되는 이 도로를 120킬로미터쯤 달리다가 처음 나오는 고가도로에서 좌회전하면 리와로 향하는 E45 도로가 시작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E11 구간이 이 여정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구간이었습니다. 도로 확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중앙선 부근이 어수선하고, 노면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아부다비 경찰이 지난해 11월부터 이 구간 최고속도를 140킬로미터에서 120킬로미터로 낮췄는데, UAE는 제한속도에 20킬로미터 버퍼를 적용하는 탓에 실질적으로 160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는 구간이었습니다. 거기에 공사까지 겹치니 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주변 풍경은 단조로운 모래바닥이 끝없이 펼쳐질 뿐이라 집중력을 잃기 쉬운 구간이기도 합니다. 중간에 임시 휴게 구역이 있긴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공터 수준이라 크게 기댈 곳은 못 됩니다.
ADNOC 주유소가 하나 보이기 시작하면 좌회전할 고가도로가 멀지 않았다는 신호입니다. 고가도로에서 빠져나와 E45에 올라서면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교통량이 훨씬 적고 도로 상태도 나쁘지 않아서, E11의 긴장감에서 벗어나 비로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사막 한가운데 스타벅스가 있습니다
E45를 달리다 절반쯤 지나면 알가르비아의 행정 중심지인 매디나 자이드가 나옵니다. UAE 리그 구단 알다프라의 연고지이기도 한 이 도시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예상치 못한 곳에 있는 스타벅스였습니다. 직원 말로는 알가르비아 지역 전체에서 유일한 스타벅스라고 했습니다.
UAE 안의 대부분 스타벅스는 쇼핑몰이나 상업 빌딩 한켠에 작게 입점해 있는 형태인데, 이 매장은 드라이브 스루까지 갖춘 복층 단독 건물이었습니다. 소파석마다 스탠드 조명이 따로 설치된 인테리어도 UAE에서는 보기 드문 구성이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이런 매장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묘하게 반가웠습니다. 잠깐 들어가 숨을 고르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대추야자 농장과 사막이 나란히 펼쳐지는 풍경
매디나 자이드를 지나 리와에 가까워질수록 도로 양쪽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끝없이 이어지던 황량한 모래바닥 대신, 고속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대추야자 농장이 줄지어 나타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농장 너머로 사막이 그대로 펼쳐져 있다는 점입니다. 짙은 초록과 황갈색 사막이 경계선 하나를 두고 나란히 공존하는 풍경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꽤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초록이 가득한 언덕 위에 하얀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고(故) 셰이크 자이드가 남긴 여러 궁전 중 하나인 메자이라아 팰리스입니다. 현재도 실제로 사용 중인 궁전인데, 그 이유는 아부다비 장기 발전 계획인 아부다비 2030에 리와 오아시스를 새로운 행정 중심지로 육성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리와의 중심 마을인 메자이라아가 그 핵심 거점인 만큼, 외부에서 리와로 향하는 도로 안내판에도 리와(메자이라아)라고 병기될 정도입니다. 팰리스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는 직접 가서 확인해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 그건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메자이라아 팰리스를 지나 고속도로 끝에 이르면 드디어 메자이라아 마을입니다. 아부다비를 출발한 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목적지인 리와 호텔에 도착했을 때의 기분은 단순한 여행의 끝이 아니라 UAE의 역사가 시작된 땅에 발을 디뎠다는 묘한 감각이었습니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아부다비에서 리와까지 편도 230킬로미터 남짓, 중간에 쉬는 시간을 포함하면 3시간은 잡아야 합니다. E11 구간은 공사 중인 탓에 방어 운전이 필수이고, E45에 들어서기 전에 매디나 자이드에서 연료와 음식을 채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매디나 자이드를 지나면 리와 호텔에 도착하기 전까지 별다른 편의시설이 없습니다.
UAE에 살면서 아직 리와를 가보지 않았다면, 한 번쯤 시간을 내볼 만한 여정입니다. 화려한 도시 풍경과는 전혀 다른 UAE의 또 다른 얼굴이 거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