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사우디 카미스 무샤이뜨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젯다에서 유명하다는 치킨 체인 알바이크가 근처에 문을 열었다길래 들렀는데, 소문만큼 손님이 많고 맛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가게가 문을 닫더니 이름을 한 글자 바꿔 알사이크로 재개점했습니다. 알고 보니 브랜드를 무단 도용해 영업하다 알바이크 측에 고발당해 영업정지를 맞은 후, 이름만 슬쩍 바꿔 재개점한 짝퉁이었습니다. 결국 그 가게도 오래가지 못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그 짝퉁 알바이크의 기억을 오랫동안 잊고 살다가, 진짜 알바이크가 두바이몰에 정식으로 1호점을 낸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그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짝퉁이 판칠 만큼 사우디에서 압도적인 브랜드라는 걸 그때 실감했던 터라, 드디어 두바이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 반가웠습니다. 바로 찾아갔습니다.
알바이크가 어떤 브랜드인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사우디를 다녀온 적이 없거나 성지순례 경험이 없는 분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겁니다. 하지만 사우디, 특히 젯다와 메카, 메디나를 가본 적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사우디를 대표하는 패스트푸드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이름 알바이크는 오스만 터키어에서 특별한 혈통을 가진 지도자나 통치자에게 붙이던 존칭에서 왔습니다. 고객 한 명 한 명을 예의와 존중으로 대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시작은 1974년 젯다의 한 창고를 개조한 작은 프라이드 치킨집이었습니다. 창업자 샤쿠르 아부 가잘라는 깨끗한 환경에서 빠르게 조리해 저렴하게 판다는 철학을 갖고, 사우디 최초로 압력식 튀김기를 들여와 운영했습니다. 압력식 튀김기는 뚜껑을 닫아 압력으로 튀기는 방식으로 튀김옷이 얇으면서도 바삭한 식감을 내고 조리 시간도 단축됩니다. 빠르고 저렴하게 판다는 컨셉에 딱 맞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2호점을 연 지 다섯 달 만에 창업자가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암 투병 중이었습니다. 폐업 위기에 몰린 브랜드를 살린 건 해외 유학 중이었던 장남과 그 형제들이었습니다. 요식업 경험이 전혀 없었던 그들은 처음부터 배워나가면서, 동시에 젯다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400여 개의 유사 치킨집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3년 동안 연구한 끝에 1984년 18가지 허브와 향신료를 배합한 특제 레시피를 개발했습니다. 1986년 알바이크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성지순례객들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1990년 메카에 진출했고, 1998년에는 성지순례 기간 중에만 운영하는 지점을 미나에 세 곳 개점했습니다. 2006년에는 핫지 기간 순례객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패스트푸드점을 열기도 했습니다. 사우디 서부 헤자즈 지방에서만 운영하다가 창사 41년째인 2015년 처음으로 사우디 내 다른 지역으로 확장을 시작했고, 2018년에는 수도 리야드에도 진출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바레인으로 첫 해외 진출을 한 데 이어, 두바이몰 1호점으로 UAE 시장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알바이크가 KFC, 파파이스 같은 다국적 치킨 체인들과 수많은 사우디 로컬 브랜드들 사이에서 끝판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고품질의 음식을 누구나 부담 없는 가격에 제공하고, 고객 요구를 반영해 꾸준히 메뉴를 개발하며, 저렴한 가격에 팔면서도 일찌감치 사회적 책임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한 세트를 팔 때마다 1리얄씩 기부하는 창업자의 유지를 이어받아 지금도 자선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두바이몰 1호점, 개장 첫날부터 어마무시한 줄이 섰습니다
두바이몰 푸드코트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던 인도 식당 자리에 알바이크가 입점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먼저 들었습니다. 개장 다음 날 푸드코트를 들어가 봤는데, 엄청난 대기열을 마주했습니다.
개장 첫 주말에는 직원들이 몰려드는 인파를 감당하지 못해 치킨 너겟 10조각 세트 한 가지 메뉴만 판매했습니다. 치킨 너겟 10조각에 소스 두 종류, 감자튀김, 빵 하나가 포함된 세트 가격이 15디르함입니다. 한화로 약 4,500원입니다. 소프트 드링크는 포함되지 않지만 펩시 한 캔을 3디르함에 별도로 살 수 있어, 18디르함이면 한 끼가 해결됩니다. 비슷한 구성의 BTS 밀이 24디르함에 팔렸던 것을 감안하면, 두바이 푸드코트 기준으로는 거의 믿기 어려운 가격입니다.
두 번째 시도, 일요일 오후 두 시에 갔는데 30분 걸렸습니다
첫 시도는 대기열에 겁을 먹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웃 블록에 있는 다른 매장 사이의 빈 공간을 통해 줄이 쭈욱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바이몰 푸드코트에서 이 정도 규모의 대기열은 처음 보는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 시도는 주의 첫 날인 일요일 오후 두 시에 했습니다. 그래도 대기열은 길었는데, 이웃 블록으로 가보니 그쪽 줄이 상대적으로 짧아 일단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공간도 또 다른 블록으로 이어지는 구조였습니다. 주말에는 이 공간도 꽉 찬다고 하니, 평일 낮에 간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주문 대기열에 식권 수령 대기열이 한데 어우러진 구조였고, 보안요원이 대기열을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주문할 차례가 다가오면 직원이 카드 결제인지 현금 결제인지를 먼저 물어봅니다. 극강의 가성비 탓에 아랍 로컬부터 다양한 국적의 근로자들까지 손님층이 넓다 보니 현금 결제 카운터가 압도적으로 많고 카드 결제 카운터는 단 하나뿐이었습니다.
대기열에 선 시점부터 음식을 받기까지 약 30분 걸렸습니다. 주말에는 훨씬 오래 걸릴 것이 뻔했습니다.
실제로 먹어봤습니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메뉴가 조금 늘어난 상태였습니다. 치킨 너겟 10조각 밀 15디르함과 새우튀김 10조각 밀 22디르함을 선택했습니다. 여기에 빵 하나와 콜라 한 캔을 추가해도 41.50디르함이었습니다.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인도 식당에서 1인분 세트를 시키면 50디르함을 넘겼던 걸 생각하면, 사실상 2인분에 그 가격이 안 된다는 게 실감이 납니다.
포장은 메뉴마다 별도의 비닐봉지를 사용하고 조리된 포장에는 Safety Meal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한 손, 혹은 양손 가득 들고 가는 느낌이 시각적으로도 푸짐해 보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치킨 너겟부터 먹었습니다. 뚜껑을 열면 너겟과 감자튀김이 반반 정도 들어있습니다. 마늘 소스와 너겟 소스가 함께 나옵니다. 압력식 튀김기를 쓴다더니 튀김옷이 얇으면서도 바삭했고, 닭가슴살의 쫀득한 식감도 좋았습니다. 튀김옷에 배어있는 간이 입맛을 돋구는 느낌이었습니다.
새우튀김으로 넘어갔습니다. 치킨 너겟과 달리 칵테일 소스가 함께 나왔습니다. 바삭한 튀김옷과 새우의 식감 조합이 치킨 너겟 못지않게 좋았습니다. 자주 먹을 수 있었다면 종종 생각날 것 같은 중독성 있는 맛이었는데, 두바이에서는 주로 주말에 나가다 보니 대기열을 생각하면 잠잠해질 때까지 다시 가기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먹을 때는 몰랐는데 두 메뉴를 다 먹고 나니 향신료의 여운이 다음 날까지 꽤 오랫동안 속에 남았습니다. 18가지 허브와 향신료라더니 그 여운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두바이에서 이 가성비는 다른 데서 보기 어렵습니다
알바이크의 강점은 특별히 뛰어난 맛이 아닙니다. 맛나게 만든 튀김을 빠르게 저렴하게 파는, 비교 불가한 가성비에 있습니다. 단기간에 몰려드는 성지순례객을 상대로 수십 년을 영업해온 노하우가 그 가성비를 가능하게 합니다.
비슷한 가격대로 경쟁하는 졸리비에서 치킨 스트립 세트가 18디르함인데 치킨 스트립이 3조각 들어있는 것과 비교하면, 같은 가격에 너겟 10조각을 내주는 알바이크는 양적으로도 비교가 안 됩니다.
줄이 잠잠해지면 다시 한번 가볼 생각입니다. 언제 그 날이 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알바이크 두바이몰점 기본 정보
- 위치: 두바이몰 푸드코트
- 대표 메뉴: 치킨 너겟 10조각 밀 15디르함 / 새우튀김 10조각 밀 22디르함
- 음료: 펩시 캔 별도 3디르함
- 특징: 압력식 튀김기 사용, 얇고 바삭한 튀김옷
- 결제: 현금·카드 모두 가능 (현금 카운터 다수, 카드 카운터 1개)
- 현황: 개장 초기 대기 30분 이상 (주말 더 길어질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