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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만에 다시 찾은 매드 엑스,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 세기말 컨셉 푸드트럭 파크 업그레이드 방문기

by sharpjini 2026. 3. 13.

 

처음 매드 엑스를 찾았을 때 이야기부터 잠깐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부다비에서 두바이로 향하는 셰이크 자이드 로드 초입에 자리한 매드 엑스는 영화 매드맥스에서 영감을 받은 세기말 컨셉의 푸드트럭 파크입니다. 개발업체 메라아스가 라스트 엑시트 시리즈 네 번째 프로젝트로 선보인 이 공간은 고속도로 휴게소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에 종말 이후 세계라는 비현실적인 컨셉을 덧입힌 곳입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독특한 분위기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방문 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휴게소 입구에 버티고 선 몬스터 푸드트럭이 주는 압도적인 첫인상에 비해, 실제 휴게 공간은 좁았습니다. 무엇보다 화장실이 문제였습니다. 온갖 공을 들인 컨셉에 비해 화장실은 그냥 임시로 갖다 놓은 수준이었습니다. 세기말 분위기를 살리겠다는 야심찬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허전함이었죠.

그리고 반년쯤 지나 다시 매드 엑스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들어서는 순간, 분명 같은 곳인데 뭔가 달라도 크게 달라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초대형 건물이 새로 생겼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기존에 없던 대형 건물이었습니다. 초대형 몬스터 트레일러가 옆으로 쓰러진 듯한 형태의 구조물인데, 그 규모가 꽤 압도적이었습니다.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외관을 먼저 살폈습니다. 세기말 컨셉을 그대로 살린 외관은 일부러 낡고 부서진 것처럼 연출되어 있었는데, 디테일 하나하나가 꽤 공을 들인 흔적이었습니다.

외관을 충분히 둘러봤으니 이제 들어갈 차례였습니다. 입구를 찾아 건물을 돌았는데, 문고리부터 범상치 않았습니다. 손도끼를 문짝에 꽂아놓은 듯한 형태의 문고리였습니다. 컨셉을 위한 장식이려니 하면서도 손이 선뜻 가지 않는 그런 디테일이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화보 세트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손도끼 문고리를 당겨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세기말 컨셉을 실내 공간에 그대로 구현한 인테리어가 펼쳐졌습니다. 어떤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그럴싸한 한 장이 나올 것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왼쪽을 보면 안쪽 깊숙한 곳에 탁구대가 있습니다. 세기말 분위기의 공간에 탁구대가 놓여 있다는 게 묘하게 어울리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습니다. 탁구대에 끌려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낡은 총마 하나가 덩그러니 놓인 빈 공간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뭔가 채워질 공간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비워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중앙쯤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차를 강타하기 직전의 철퇴 조형물이 보입니다. 정면에서 보면 실제로 차가 얻어맞고 있는 것처럼 벽을 활용해 연출해놓았는데, 처음 보는 사람은 흠칫할 만한 장면이었습니다.

유리 천장을 뚫고 난입하는 듯한 차량 모형도 있었습니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차 한 대가 유리를 깨고 안으로 돌진하는 것처럼 설치되어 있었는데, 위를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게 되는 연출이었습니다.

벽면에는 하드락과 메탈 밴드 포스터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습니다. 이전에 왔을 때보다 훨씬 많아진 것 같았습니다. 동양 쪽 밴드로는 엑스 재팬의 다큐멘터리 영화 위 아 엑스 포스터가 눈에 띄었습니다. 포스터에 걸맞게 이 공간에서 음악이 흘러나올 때는 하드락이나 메탈을 선곡한다고 합니다.

허름하게 연출된 식탁과 의자, 소파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는데, 유리 천장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과 묘하게 어우러졌습니다. 황폐하고 낡아빠진 듯한 인테리어가 자연광을 받으니 오히려 분위기가 살아났습니다.

휴게 공간은 뒷문을 통해서도 들어올 수 있습니다. 뒷문으로 들어오면 기존에 있던 원래 휴게 공간과 연결됩니다. 새로 확장된 공간과 기존 공간 사이의 연결부도 벽을 허물고 들어가는 듯한 컨셉으로 처리해서 전체적인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한 가지, 분위기가 워낙 퇴폐적이고 선술집 느낌이 강하게 나는 공간이지만 음주와 흡연은 당연히 안 됩니다. 공공장소이니까요.


드디어 화장실, 반년 만에 어떻게 바뀌었을까

매드 엑스를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실망했던 지점이 바로 화장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방문에서 가장 기대가 됐던 것도 화장실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입구부터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그림으로 대충 표시했던 화장실 안내 표지가, 이번에는 컨셉에 맞는 방식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여자 화장실은 미용이나 조경에 쓰이는 도구들로, 남자 화장실은 보다 공격적인 연장류로 입구를 구분해놓았습니다.

열려진 철창문을 따라 들어가면 경고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반대편에는 라스트 엑시트 전체 안내 지도가 붙어 있었습니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은 이 공간에서 유일한 자동문이었습니다. 가까이 가면 알아서 열립니다.

세면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포크레인 삽을 연상시키는 투박한 형태의 세면대에 낡아 보이는 배관과 밸브, 엔진오일 통이 어우러져 있었고, 거울은 적당히 깨진 유리를 붙여놓은 형태였습니다. 비누는 오일통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벽에 달린 밸브를 돌려도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밸브는 순전히 장식입니다. 물을 쓰려면 세면대 아래 달린 페달을 발로 밟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알고 나면 나름 직관적인 구조였습니다.

개별 칸에는 원형 핸들이 문짝마다 달려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스테인리스 변기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물 내리는 방법도 생소했습니다. 위쪽 버튼이 아니라 변기 측면 버튼을 눌러야 물이 내려갑니다.

문을 잠그는 방식도 특이했습니다. 연장 손잡이를 내리면 잠기고 올리면 열리는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압권은 천장이었습니다. 변기에 앉아 고개를 들면 천장에 방독면이 달려있습니다. 그 방독면에 화장실 조명이 붙어 있습니다. 벽에는 방독면 사용 설명서도 붙어 있었습니다. 소변보는 공간은 차량 문짝을 칸막이로 활용하고, 별도 변기 없이 벽면을 직접 사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단순한 휴게소 화장실에 이 정도 디테일을 쏟아 붓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매드 엑스가 보여주는 UAE의 방식

매드 엑스를 둘러보면서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UAE는 독자적인 제조 기술이나 고유의 콘텐츠 면에서 강점을 가진 나라는 아닙니다. 대신 이미 전 세계에서 검증된 콘텐츠를 가져다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포장하고, 그것을 관광 자원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매드맥스라는 영화 하나에서 영감을 받아 고속도로 휴게소를 통째로 세기말 컨셉으로 바꿔버리는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마블과 DC를 앞세운 테마파크가 두바이와 아부다비에 차례로 문을 여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옛 아라비아 상인들이 교역로를 장악하고 물건을 유통하며 富를 쌓았듯, 현대의 UAE는 콘텐츠를 유통하고 경험을 파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매드 엑스가 반년 만에 이렇게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 것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처음 오픈할 때의 미완성을 인정하고, 방문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빠르게 채워나가는 방식입니다. 완벽한 상태로 열기보다는 일단 열고 계속 발전시키는 두바이 특유의 개발 방식이 여기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다음번에 아부다비에서 두바이로 넘어갈 일이 있다면, 잠깐 들러볼 만한 곳입니다. 화장실만 보러 가도 아깝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