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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쇼핑몰 푸드코트에 네네치킨이 생겼습니다 —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 중동 첫 진출 직접 먹어봤습니다

by sharpjini 2026. 3. 19.

 


중동에서 오래 살다 보면 닭고기와는 정말 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종교적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보니, 가장 만만하고 흔한 고기가 닭고기입니다. 푸드코트마다 KFC를 시작으로 아랍 로컬 브랜드, 필리핀 프랜차이즈까지 다양한 치킨집이 들어서 있고, 식당이라면 거의 어디서든 닭고기 요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역설적으로 한국에 휴가를 가도 치킨이 딱히 그리워지지 않습니다. 이미 충분히 먹고 있으니까요.

그런 시장에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네네치킨이 진출했습니다. 할랄 인증까지 마치고 두바이를 통해 중동에 첫 발을 내딛은 겁니다. 지난해 8월 국내 언론에 처음 보도된 이후 올해 3월에는 6월 개점 예정이라고 했는데, 11월이 되도록 개점 준비 소식만 전해지다가 드디어 몰 오브 에미레이츠 스키 두바이 1층 푸드코트에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갔습니다.


한국 프랜차이즈의 중동 진출,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이 동네에서 한국 프랜차이즈가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건 이미 여러 사례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디저트 분야에서 먼저 도전장을 내밀었던 카페베네는 2017년 시티워크에 1호점을 열었지만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라 메르에서 영업 중인 팥빙수 카페 밀탑은 아직 운영 중이지만, 예상보다 조용합니다. 바로 옆에 있던 응커피, 즉 퍼센트 아라비카가 두바이몰에 2호점을 준비할 만큼 승승장구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입니다.

치킨 분야로 넓히면 사우디에서 BBQ치킨이 2013년 리야드에 1호점을 냈다가 현재는 폐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UAE에서는 Kpop 치킨처럼 한국식 치킨을 파는 곳이 있고, 한식당 중에도 치킨을 메뉴에 포함한 곳들이 있지만,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가 이 시장에 들어오는 건 네네치킨이 처음입니다.

물론 아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딘타이펑을 보면 그렇습니다. 몰 오브 에미레이츠에 처음 들어섰을 때는 반신반의했는데, 지금은 양 옆 식당이 차례로 폐점하고 그 자리까지 흡수할 만큼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두바이몰과 구라이르 센터로 확장했고, 팜 주메이라 나킬몰에 4호점을 준비 중입니다. 맛과 컨셉이 확실하면 이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증거입니다.


위치는 몰 오브 에미레이츠 스키 두바이 1층 푸드코트

네네치킨은 태국 프랜차이즈 팟타이와 일본 프랜차이즈 우마미 사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주문하면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지난달 28일에 개점했다고 했습니다. 개점 소식을 듣고 찾아온 한국인 손님들이 제법 보였습니다.

매장 외관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랍어 표기 방식이었는데, 네네는 발음을 그대로 음차하고 치킨은 아랍어 단어 دجاج를 사용했습니다. 메뉴 소개 스크린 아래에는 한국을 상징하는 건물들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습니다. 건물 크기 비례는 완전히 무시됐지만, 한국적인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의도는 충분히 전달됐습니다.


메뉴 구성이 한국과 다릅니다

한국에서 치킨을 시킨다고 생각하면 마리 단위의 메뉴판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 시장의 패스트푸드 문화는 조각 단위 판매가 기본이고, 양념 치킨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네네치킨은 이 시장에 맞게 메뉴 구성을 조정했습니다. 먼저 원하는 치킨의 종류와 조각 수를 선택하고, 이후 추가 요금을 내고 소스를 고르는 방식입니다. 조각 수가 짝수로만 구성된 건 한국식 반반 주문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두 가지 소스를 절반씩 선택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사이드 메뉴에서도 한국 느낌을 살리려는 노력이 보였습니다. 강남버거, 이태원 랩 같은 이름을 붙인 메뉴가 있고, 쌀밥이 아닌 한국식 밥이 포함된 도시락 메뉴도 있습니다. 밥과 김치를 따로 사이드 메뉴로 선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디저트로는 단팥 또는 초콜릿 소를 선택할 수 있는 붕어빵까지 있습니다.

가격대는 이 동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와 비교하면 살짝 있는 편입니다. 기본 프라이드 치킨 네 조각에 콜라만 추가해도 29디르함이 되는데, 같은 가격으로 다른 치킨집에서는 세트 메뉴를 먹고도 남는 수준입니다.


프리킹 핫 소스를 시켜봤습니다

첫 방문 기념으로 메뉴 중 가장 맵다는 프리킹 핫 소스로 네 조각과 콜라를 주문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쇼킹핫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 같습니다. 외국인 직원이 정말 매울 텐데 괜찮겠냐며 몇 차례 되물었습니다. 그냥 밀어붙였습니다.

주문을 마치자 주문 벨을 건네줬습니다. 벨에 한국어로 네네치킨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식판 깔개에도 한국어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런 디테일에서 한국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계속 드러내려는 의도가 느껴졌습니다.

치킨과 함께 콘슬로우와 치킨무가 나왔습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쇼킹핫과 비교하면 양념의 양이 적어 보였습니다. 이 시장의 소비자 특성을 감안한 조절이었을 겁니다. 붉닭볶음면이 잘 팔린다고 해도 양념을 흠뻑 담가두면 매니아만 찾는 메뉴가 되겠죠.

양념 치킨을 시켰다면 카운터에서 1회용 장갑을 챙기는 것을 권합니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손으로 먹는 문화가 있는 곳이긴 해도, 끈적끈적한 양념은 냅킨으로 닦아내기가 어렵습니다.

맛은 이 지역의 다른 치킨들과 확실히 달랐습니다. 짭조름하고 기름기가 많아 느끼한 현지 치킨들과 달리, 기본 프라이드는 기름기가 덜하고 바삭한 식감이 살아있었습니다. 프리킹 핫 소스는 먹는 동안은 엄청나게 맵다는 느낌이 강하지 않았는데, 먹고 다섯 시간이 지난 뒤에도 속이 얼얼했습니다. 자고 난 다음 날 아침까지 그 여운이 남아있었습니다.


아쉬운 것 딱 하나, 치맥은 안 됩니다

쇼핑몰 푸드코트라는 공개된 공간의 특성상 주류 판매가 불가합니다. 치맥은 꿈도 꿀 수 없는 환경입니다. 특별 라이선스를 받고 레스토랑 형태로 운영하는 매장이라면 가능하겠지만, 현재 위치에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장사가 잘 되어 주류 판매가 가능한 독립 레스토랑 형태로 확장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중동 치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한국 치킨이 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양념 치킨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 지역에 거의 없다 보니, 차별화 포인트는 충분합니다. 케이팝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배경입니다.

다만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한 건 사실입니다. 같은 돈으로 다른 치킨집 세트 메뉴를 먹을 수 있다는 비교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맛과 차별화된 경험으로 그 간격을 메울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딘타이펑이 비교적 비싼 가격에도 줄을 서며 먹는 식당이 된 것처럼, 확실한 팬층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가능성은 있습니다.

일단 첫 발을 내딛은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네네치킨 두바이 1호점 기본 정보

  • 위치: 몰 오브 에미레이츠 스키 두바이 1층 푸드코트
  • 메뉴: 양념 치킨 (종류 및 소스 선택 가능), 강남버거, 이태원 랩, 도시락, 붕어빵
  • 가격: 치킨 4조각+콜라 기준 29디르함~
  • 특이사항: 반반 주문 가능, 밥·김치 사이드 메뉴 제공
  • 주류 판매: 불가 (푸드코트 특성상)
  • 할랄 인증: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