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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에 한국 빙수 카페가 생겼습니다 — 밀탑 두바이 1호점, 라 메르에서 직접 먹어봤습니다

by sharpjini 2026. 3. 13.

 

중동에 살면서 가끔 팥빙수가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걸 먹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인데, 아이스크림 가게는 동네마다 넘쳐나는 UAE에서 정작 빙수 가게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달달하고 차가운 것을 즐기는 아랍인들의 식습관을 생각하면 왠지 장사가 될 것 같은데, 왜 빙수는 이렇게 보기 어려울까 싶습니다.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석회 성분이 많은 물 때문일 수도 있고, 팥이나 떡처럼 아랍인들에게 낯선 재료의 식감 탓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UAE에서 한국식 디저트 카페가 자리를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두바이몰에 일찌감치 들어섰던 레드 망고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팥빙수와 붕어빵을 들고 아부다비 달마몰에 1호점을 열었던 빈스토리도 야심찬 포부와 달리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라는 점이 오히려 독이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워낙 쟁쟁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어려운 시장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민 곳이 있습니다. 1985년 압구정 현대백화점 개점과 함께 시작해 한국에서 줄 서서 먹는 빙수 카페로 자리매김한 밀탑입니다. 해외 진출 선언 후 미국에 1호점을 낸 데 이어, 두바이에도 1호점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갔습니다.


라 메르, 아직 공사 중인 동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밀탑 두바이 1호점은 주메이라 1구역에 자리한 라 메르라는 신규 개발 지역 안에 있습니다. 라 메르는 두바이 곳곳에 개성 있는 복합 공간을 만들어온 개발업체 메라아스의 일곱 번째 프로젝트입니다. 시티워크, 더 비치, 박스파크, 라스트 엑시트 같은 공간들을 만든 바로 그 업체입니다. 펄 주메이라와 주메이라 베이 사이에 위치하며, 라 메르 노스, 라 메르 사우스, 더 워프 세 구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난 10월 15일 라 메르 노스와 사우스가 먼저 문을 열었고, 더 워프는 내년 개장 예정입니다. 근처에 UAE 건국 과정을 담은 에티하드 뮤지엄과 주메이라 모스크가 있어, 들어오는 길에 잠깐 들르기에도 좋은 위치입니다.

저녁 무렵 도착한 라 메르 노스는 솔직히 말하면 아직 황량했습니다. 어둑어둑한 조명에 곳곳에서 보수 공사가 한창이었고, 어수선한 분위기는 완전 개장이라기보다는 문을 열고 운영하면서 채워나가는 중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메라아스의 다른 프로젝트들도 처음엔 비슷했습니다. 시티워크도 처음엔 텅 비어 보였는데, 1~2년이 지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으니까요.

주렁주렁 매달린 조명들은 메라아스 공간 특유의 감성이었습니다. 시티워크에서도, 라스트 엑시트에서도 봤던 그 장식들이 여기서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구글맵도 위치는 표시해주면서 정작 길 안내는 제대로 해주지 못해서, 외곽 쪽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갔습니다. 아직까지는 주차가 무료라는 점은 다행이었습니다.


밀탑 두바이 1호점, 매장 앞 공사판을 헤치고 도착했습니다

라 메르 노스 41번 매장, N41이 밀탑 두바이의 주소입니다. 매장 앞 길이 아직 공사 중이라 입구에 공사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화려한 오픈 분위기를 기대하고 갔다면 조금 당황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공식 홈페이지나 안내 표지판에도 개장 예정 상태로 표시되어 있다는 것도 함정이었습니다.

매장 크기 자체는 아담합니다. 현재 보이는 공간이 전부라고 보면 됩니다. 다만 날씨가 선선해지는 동절기에는 야외에도 테이블을 놓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빙수라는 아이템이 이곳에서는 아직 낯선 음식이다 보니, 처음부터 큰 규모로 시작하기보다 작게 시작해서 반응을 보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매장 안에 들어서니 빨간 단풍나무 조형물이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한국적인 감성을 살린 인테리어 요소인데, 사진 찍기에도 좋은 포인트였습니다.


운영 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한국에서 밀탑은 직영으로만 운영합니다. 그런데 두바이 1호점은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진출했습니다. UAE에서 베스킨라빈스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갈라다리와 손을 잡은 겁니다. 아이스크림 유통과 냉동 식품 운영에 노하우가 있는 파트너를 선택한 셈이니, 빙수의 핵심인 얼음과 재료 관리 면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갖춘 셈입니다.

1호점 개장에 맞춰 한국에서 매니저와 직원이 파견 나와 현지 직원 교육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주로 필리핀 출신 직원분들이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처음 두바이몰에 응카페 1호점이 문을 열었을 때 일본인 매니저가 현지 직원들을 교육하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메뉴 구성과 두바이 전용 메뉴

기본 메뉴는 밀탑 레시피 그대로입니다. 빙수류, 아이스크림, 허니 브레드, 프라페, 커피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밀탑 두바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가 따로 있었습니다. 스노우 라떼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라떼 위에 크림이 얹힌 음료를 상상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크림 자리에 밀탑의 빙수가 올라가는 메뉴입니다. 갈라다리 측에서 현지인들의 입맛을 겨냥해 개발한 레시피로, 개장 첫날부터 생소한 비주얼에 현지 여성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두바이 전용 레시피를 계속 개발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베스킨라빈스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갈라다리의 노하우가 여기서 힘을 발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격이 놀라웠습니다

두바이에서 한국 음식이나 한국 브랜드 제품은 가격이 몇 배씩 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밀탑 두바이의 빙수 가격을 확인했을 때 적잖이 놀랐습니다.

한국 밀탑 가격이 약 8,000원인데, 두바이 1호점 가격이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었습니다. 포스팅 시점 환율 기준으로 약 8,545원 수준입니다. 같은 쇼핑몰 안에 있는 다른 한국 카페 음료보다 2디르함 비싼 정도입니다. 두바이에서 한국 음식 가격이 한국보다 몇 배씩 뛰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례적으로 착한 가격입니다.


직접 먹어봤습니다

빙수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었던 터라, 처음 시도는 녹차 빙수로 골랐습니다. 한국에서의 맛과 비교할 기준이 없었지만, 먹으면서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게 있었습니다. 일반 팥빙수를 먹을 때 느껴지는 이가 시릴 듯한 차가움이 없었습니다.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식감이었습니다.

그 순간 이해가 됐습니다. 평소 얼음을 잘 먹지 않는 아랍인들에게 이가 시린 빙수를 내놓았다간 거부감부터 생겼을 겁니다. 밀탑의 빙수 식감이 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개만 먹고 라스 알카이마로 돌아가기엔 아쉬워서 커피 빙수도 하나 더 주문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이 한 시간 반 이상이라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두 개를 다 먹고 나서도 무거운 느낌이 없었습니다. 양보다 질로 승부한다는 설명이 실감났습니다.

다음 방문 때는 스노우 라떼를 꼭 먹어보기로 마음먹고 자리를 일어났습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

라 메르 자체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공간입니다. 지금은 황량하고 어수선하지만, 메라아스가 만들어온 다른 공간들의 전례를 보면 1~2년 후에 어떤 모습이 될지 어느 정도 예측이 됩니다. 시티워크도 처음에는 텅 비어 보였고, 더 비치도 초기에는 어수선했습니다.

밀탑이 이 공간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아갈지, 그리고 UAE 시장에서 한국 빙수 문화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쉽지 않은 시장이라는 건 앞선 사례들이 이미 증명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현지 파트너와 가격 전략, 그리고 현지 입맛에 맞춘 메뉴 개발까지 준비가 달랐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밀탑 두바이 1호점 기본 정보

  • 위치: 라 메르 노스 N41, 주메이라 1구역, 두바이
  • 주요 메뉴: 빙수류, 아이스크림, 허니 브레드, 프라페, 커피류
  • 두바이 전용 메뉴: 스노우 라떼 (라떼 위에 밀탑 빙수를 얹은 시그니처)
  • 빙수 가격: 한국 밀탑과 유사한 수준 (약 29디르함)
  • 운영: 갈라다리 그룹과 프랜차이즈 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