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가 금을 좋아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두바이 프레임이 설계 당초 계획에도 없던 금빛 엑스포 로고로 외관을 감쌀 만큼, 이 나라에서 금은 단순한 귀금속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상징입니다. 그런데 그 금 사랑이 먹거리로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는 솔직히 좀 황당했습니다. 커피 위에 금박을 올리는 것도 모자라, 스테이크 전체를 24캐럿 금박으로 감싸는 요리까지 존재하는 곳이 두바이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금박 음식이 두바이의 또 다른 명물처럼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떤 곳들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봤습니다.
금박 카푸치노 — 에미레이츠 팰리스가 원조입니다
금박 음식 이야기를 꺼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카푸치노입니다. 아부다비 에미레이츠 팰리스 호텔의 금박 카푸치노가 이 장르의 원조 격입니다. 커피 위에 금박 가루를 흩뿌리고 디자인에도 공을 들인 형태로, 호텔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씩 경험해보는 메뉴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금박 아이스크림도 함께 판매하고 있습니다.
에미레이츠 팰리스 카푸치노가 디자인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면, 어드레스 다운타운 호텔 라운지의 골든 카푸치노는 방향이 다릅니다. 2016년 새해 대화재 이후 2018년 6월 재개장한 이 호텔 라운지가 최근 신메뉴로 추가한 골든 카푸치노는 커피 위 전체를 금박으로 코팅해버립니다. 디자인보다는 금박의 양으로 승부하는 방식입니다. 모양은 투박하더라도 커피 표면이 금빛으로 뒤덮이는 시각적 임팩트는 충분합니다.
비슷한 스타일로는 아르마니 두바이 호텔 라운지도 있습니다. 2016년 말 선보인 이 카푸치노 역시 커피 위를 금박으로 코팅하는 방식입니다. 부르즈 알아랍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24캐럿 골드 이탈리안 카푸치노를 내놓았는데, 에미레이츠 팰리스처럼 디자인에 신경 쓰면서 금박을 골고루 흩뿌린 형태입니다.
금박 스테이크 — 프랑크 리베리가 먹어서 유명해졌습니다
커피를 넘어 고기에도 금이 올라갑니다.
두바이에서 가장 유명한 금박 스테이크는 셀레브리티 셰프 누스렛 고체의 식당 누스렛 두바이에서 팝니다. 소금을 뿌리는 특유의 시그니처 포즈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셰프입니다. 이 식당의 골드 스테이크는 스테이크 전체를 24캐럿 금박으로 감싸는 방식인데, 400그램짜리 기본 골드 스테이크 가격이 1,250디르함입니다. 한화로 4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입니다.
이 식당이 해외 언론에 대대적으로 주목받은 건 독일 축구 선수 프랑크 리베리 때문이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었던 그가 스테이크 전체를 24캐럿 금박으로 감싼 특제 메뉴를 먹는 사진을 트위터에 자랑삼아 올렸다가 팬들로부터 사치스럽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고, 결국 소속 구단으로부터 벌금까지 받았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그가 먹은 스테이크 가격이 1,000파운드를 넘는다고 했으니, 정말 부르는 게 값인 메뉴였던 셈입니다.
금박 생선구이와 버거까지
두바이 크릭에 자리한 도어스 프리스타일 그릴에서는 23캐럿 금박을 입힌 농어구이를 맛볼 수 있습니다. 가격은 675디르함입니다. 신선한 농어를 절인 후 특제 소스로 구운 다음 금박으로 코팅해서 내놓는 방식인데, 이 메뉴는 사전 주문을 해야만 먹을 수 있습니다. 즉흥적으로 방문해서 주문할 수 있는 메뉴가 아닙니다.
금박 버거도 있습니다. 메이슨 루즈에서 파는 앵거스 비프 버거는 365디르함으로, 번을 24캐럿 금박으로 감싸서 내놓습니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버거 빵을 직접 마주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먹어야 할지 잠깐 망설이게 됩니다.
살모사에도 금박을 입힌 버전이 있다고 하니, 두바이에서 금박으로 만들 수 없는 음식이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닙니다.
딤섬과 샐러드, 그리고 옵션으로 금박 추가
음식 전체를 금박으로 뒤덮는 방식 외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에미레이츠 팰리스 내에 있는 학카산 레스토랑에서는 딤섬에 금박을 장식처럼 올려 제공합니다. 압도적인 양의 금박으로 덮는 방식은 아니지만, 금빛 포인트가 들어간 딤섬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24캐럿이라는 이름의 식당도 있습니다. 식당 이름 자체가 금을 뜻하는 이 곳은 특별한 시그니처 금박 메뉴 대신, 샐러드부터 메인 메뉴, 아이스크림, 커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메뉴에 금박을 추가 옵션으로 제공합니다. 원하는 음식에 골라서 금박을 더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금박 칵테일도 당연히 있습니다
커피, 스테이크, 버거, 생선까지 금박을 입혔으니 칵테일이 빠질 리 없습니다. 지난해 7월까지 운영하다 힐튼 계열의 합투르 팰리스로 바뀐 세인트 레지스 두바이에서는 블러디 메리의 두바이 버전인 골든 메리를 시그니처 칵테일로 판매했습니다. 금박을 가미한 블러디 메리인데, 그 자체로 충분히 이 도시다운 메뉴였습니다.
세인트 레지스 두바이는 현재 팜 주메이라 최고층 건물 팜 타워로 이전해 올해 안이나 내년 중 다시 문을 열 예정입니다. 새 공간에서 골든 메리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금을 먹는다는 것, 두바이다운 발상입니다
식용 금박이 실제로 맛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금 자체는 무미무취입니다. 그러니 금박 음식은 결국 시각적 경험을 파는 것입니다. 먹기보다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드는 메뉴들입니다.
그럼에도 두바이에서 이런 메뉴들이 계속 나오고 소비되는 건, 이 도시가 경험과 과시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은 두바이에서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입니다. 이 음식을 먹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것, 그게 두바이식 금박 음식의 본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바이에 올 계획이 있다면, 한 번쯤 금박 카푸치노 한 잔 정도는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맛 때문이 아니라, 이 황당하고 화려한 도시의 감각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두바이 금박 음식 한눈에 보기
- 골든 카푸치노: 에미레이츠 팰리스(아부다비), 어드레스 다운타운, 아르마니 두바이, 부르즈 알아랍
- 24K 골드 스테이크: 누스렛 두바이 (400g 기준 1,250디르함~)
- 23K 금박 농어구이: 도어스 프리스타일 그릴 (675디르함, 사전 주문 필수)
- 24K 금박 버거: 메이슨 루즈 (365디르함)
- 금박 딤섬: 학카산 (에미레이츠 팰리스 내)
- 금박 옵션 추가: 24캐럿 레스토랑
- 골든 메리 칵테일: 세인트 레지스 두바이 (현재 이전 준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