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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에는 '금요일 브런치'라는 문화가 따로 있습니다 — 보급형과 고급형, 직접 먹어봤습니다

by sharpjini 2026. 3. 11.

 

브런치라는 단어가 처음 만들어진 건 1890년대 영국이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늦게 일어나 아침과 점심을 한 끼로 해결하는 식사 방식이 193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대중적으로 퍼졌고, 지금은 전 세계 어디서나 브런치를 파는 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바이에서는 이 브런치가 조금 다른 형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요일이 아닌 금요일에, 호텔과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종의 소셜 이벤트로 말이죠. 현지에서는 그냥 "프라이데이 브런치"라고 부르는데, 처음 들었을 때는 단순히 금요일에 먹는 브런치 정도로 생각했다가 직접 경험해보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큰 오산이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왜 두바이에서 브런치가 금요일에 열리는가

배경을 알면 이해가 빠릅니다.

UAE의 주말은 우리나라와 다릅니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쉬는 날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안에서 유일하게 모두가 함께 쉬는 날이 금요일입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금요일은 정오 예배가 있는 날로, 사람들이 모스크에 모여 함께 예배를 드리는 사회적 의미가 큰 날이기도 합니다.

예배가 끝난 오후, 바쁜 일상 탓에 평소엔 좀처럼 얼굴을 보기 어려웠던 지인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여기에 낮술과 브런치 문화에 익숙한 유럽 관광객들이 더해지고, 항공사들이 새 기종의 첫 취항지로 미국보다 런던을 선택할 만큼 영국 문화에 친숙한 두바이의 분위기까지 맞물리면서 금요일 브런치는 자연스럽게 두바이만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위키피디아 브런치 항목에 두바이 브런치 섹션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가격 구성도 독특합니다. 브런치 단독, 브런치에 무알콜 음료 포함, 브런치에 알콜 포함, 브런치에 알콜과 추가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식으로 단계별로 나뉩니다.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오후 내내 이어지는 파티에 가까운 경험입니다.

한 가지 미리 말씀드리자면, 두바이 호텔 브런치는 아침 겸 점심이 아닙니다. 제 기준으로는 아침, 점심, 저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아점저, 그러니까 브런디에 가깝습니다. 가볍게 먹으러 갔다가는 저녁을 통째로 건너뛸 각오를 해야 합니다.


보급형 브런치 — 로브 호텔 다운타운 두바이, 더 데일리

첫 번째로 경험한 건 두바이몰 바로 맞은편에 있는 로브 호텔의 금요일 브런치였습니다.

로브 호텔은 고급 호텔 브랜드인 디 어드레스를 운영하는 에마아르 호텔 사업부가 올해 처음 선보인 중저가 브랜드입니다. 숙박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다운타운 두바이에서 실속을 중시하는 젊은 여행자들을 겨냥해 만든 곳인 만큼, 금요일 브런치 가격도 그에 맞게 잡혀 있었습니다. 99디르함, 한화로 약 3만 원 초반 수준입니다. 다른 호텔 브런치가 기본이 수백 디르함에서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세계입니다.

구성은 단순합니다. 메뉴판에서 메인 요리 하나를 고르고, 차나 커피 한 잔이 서빙됩니다. 나머지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는 식당 한가운데 섬처럼 배치된 뷔페 코너에서 직접 가져와 먹는 방식입니다.

고급스러운 재료나 화려한 구성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그 가격에 그런 걸 바라는 건 무리입니다. 하지만 배는 확실히 부릅니다. 메인 요리로 주문한 건 샤크슈카였는데, 토마토 소스에 달걀을 익힌 아랍식 요리입니다. 쿱즈, 그러니까 아랍식 납작 빵이 종이 봉투에 담겨 함께 나왔습니다. 먹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포만감이 밀려오는데, 그 부담감을 해소하기에 바로 맞은편 두바이몰이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습니다.

호텔 브런치치고는 수수하지만, 가성비라는 기준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합격점을 줄 수 있는 브런치였습니다.


고급형 브런치 — 알합투르 시티 세인트 레지스 두바이, 브라스리 카르티에

같은 금요일 브런치인데 가격이 4.5배 차이 난다면 믿어지시겠습니까. 세인트 레지스 두바이의 금요일 브런치는 450디르함부터 시작합니다. 알콜이나 추가 옵션이 붙으면 더 올라갑니다.

가격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는 앉는 순간부터 체감이 됩니다.

로브 호텔에서는 메인 요리와 음료만 서빙받고 나머지는 직접 가져와야 했지만, 세인트 레지스에서는 고르메 오퍼링 코너를 제외한 모든 음식이 직원이 차례로 가져다줍니다. 손님이 할 일은 앉아서 먹고,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입니다.

순서대로 이야기하면 이렇습니다. 기본 애피타이저 이후 다섯 종류의 카나페 접시가 먼저 등장합니다. 그다음 나오는 건 해산물 접시인데, 랍스터 다리 한 개가 떡하니 올라가 있습니다. 해산물 접시를 비우고 나면 다섯 종류의 샐러드가 나옵니다. 그리고 네 가지 사이드 디쉬와 함께 드디어 메인 요리가 등장합니다. 제가 고른 건 와규 립이었는데, 앞에서 이미 상당한 양을 먹은 상태라 메인을 마주하는 순간 살짝 막막함이 밀려왔습니다.

이걸 다 먹고 나서도 뭔가 채우고 싶다면 치즈나 해산물을 별도 코너에서 직접 가져올 수 있습니다만, 솔직히 그 단계까지 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혼자 먹어도 코스 전체를 소화해내기가 버거운 양이었습니다.

마지막 디저트는 옆에 붙어 있는 카페 플뢰리에서 직접 가져오면 됩니다. 마무리까지 정석대로 챙겨 먹고 나서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두 번의 브런치, 각자의 자리가 있습니다

두 번의 경험을 놓고 어느 쪽이 낫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목적과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뿐입니다.

가볍게 주말 분위기를 내고 싶거나, 부담 없이 두바이 브런치 문화를 처음 경험해보고 싶다면 로브 호텔처럼 가성비 좋은 곳에서 시작해보는 게 좋습니다. 반면 특별한 날이거나 두바이 브런치의 진면목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세인트 레지스 같은 고급형 브런치가 그 기대에 부응합니다. 음식의 수준과 서비스, 공간의 분위기 모두 가격에 걸맞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곳 외에도 인터컨티넨탈 아부다비 마리나 브런치와 W 두바이 브런치도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W 두바이 브런치에서 생전 처음 푸아그라를 먹었는데, 그 경험은 꽤 오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언젠가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길 바랍니다.

두바이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금요일 일정 중 한 끼는 꼭 브런치로 채워보시길 권합니다. 음식을 먹는 경험인 동시에, 두바이라는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참고 정보

  • 로브 호텔 다운타운 두바이 금요일 브런치: 99디르함 (무알콜 기준), 위치: 두바이몰 맞은편
  • 세인트 레지스 두바이 금요일 브런치: 450디르함~, 위치: 알합투르 시티 내
  • 두바이 금요일 브런치 운영 시간대: 대체로 오후 12시 30분~4시 사이